서 론
한국에서는 해외 선진국들에 비하여 윤리와 복지가 동물과 관련되어 논의되기 시작한지 오래 되지는 않았다. 국내 동물복지 개념의 도입 및 확산 과정에서도 소비자 및 생산자가 주체가 아닌, 정부의 정책수단(policy instrument)에 의하여 추진되어 왔다(Kim, 2018). 다시 말하면 국내의 동물복지 개념의 도입과 추진은 정부가 주체이며, 축산업자와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들이 다수 추진되었고, 그 과정에서 축산업자와 정부의 갈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기계식, 공장식 사육에 대한 반성, 반려동물의 급속한 증가와 관심 증대, 인간 중심적 윤리에 대한 반성적 분위기 등과 관련되어 동물의 복지, 동물권(animal rights) 등을 논하는 것이 이제는 국내에서도 예외적이거나 특별한 일은 아니다.
고전적인 의미의 윤리와 도덕은 인간의 상호관계 속에서만 논의되어 왔지만, 지난 수 십 년간 서구사회는 이미 자연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온 바 있다(Nash, 1991). 그런데 동물의 복지 및 생명권 등에 관한 윤리적 논의를 하다보면 실질적으로 이해관계의 충돌에 부딪치게 된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축산 현장에서 동물윤리와 관련한 제 요소를 반영하다보면 생산경비의 증가와 비효율성으로 인한 경제성 약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윤리적 관심, 기대, 욕구 등을 반영하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고, 다 반영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일례로 국내 축산 현장에서도 농장동물의 복지환경 증대를 위하여 동물복지농장인증제도가 도입 및 시행되었으나, 사업주들과의 갈등으로 인하여 신규 복지농장의 확대 도입 속도는 더딘 실정이다.
현재까지의 국내 동물복지정책은 법적 규제를 중심으로 도입배경의 당위성이나 소비자 의식에 따른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강조하였으나, 현장에서 사업주들의 동의를 적극적으로는 얻지 못하는 현실이다. 경영의 논리와 효율을 중시하는 농장 운영주 입장에서는 윤리적 고민은 부재하거나 후순위의 관심이기 쉽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의 동물복지 개념의 도입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20년 정도 늦었으나 정부 주도에 의해 비교적 적극적인 동물복지정책들이 도입되고 있다. 축산업에서의 동물복지 확대는 전 세계적인 기조이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정책개선을 통하여 동물복지 인증 축산 농가를 확대하고, 일반 축산 농가들에도 동물복지 친화 정책을 통하여 동물복지 개념 확대를 강제 추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동물복지에 대한 윤리적인 의식수준이 향상되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갈등 발생 우려가 있고 결국은 축산업 자체도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 산업 현장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고 있어 윤리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에서 도태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동물복지 및 윤리적 기대가 생산성과 경영효율의 논리와 어떻게 공존 가능할 것인가를 연구하기 위해 축산농장 현장을 기반으로 한 실천윤리적 담론을 구성해 보고자 시도하였다.
동물의 복지 및 동물권 등 윤리 관련 논의는 철학적, 신학적 윤리학 등에서 생태계 문제 및 의료윤리 생명 윤리의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측면이 있다. 생태윤리의 기본적인 논의는 윤리판단의 중심이 의무론적 계보이든, 목적론적 계보이든 인간중심적인 한계를 갖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벗어나려는 시도에서 출발하고 있다. 인간의 권리 중심 논의에서 책임으로의 관심이행이 수반되는 문제이다. 한스 요나스는 인간능력의 절대화와 유토피아주의가 결합한 진보사상을 생태계 파계의 주범으로 지적한 바 있다 (Jonas, 1988). 다양한 의료, 기술 윤리 등 윤리의 논의 범위가 확장됨과 동시에 지구 생태계와 그 중 일원인 생물, 동물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연구,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학적 논의에서는 과정신학에서 동물권 논의가 도출되고 있기도 하다(Lee, 2014). 20세기 중반 이후 화이트헤드를 필두로 하는 과정철학자들은, 자율적인 인간의 합리적 판단을 도덕의 절대 기준으로 삼았던 고전철학이 인간과 주변 세계를 이원화시켰다고 비판하며 인간의 행위들을 우주의 일부분으로서 바라보고 인간과 우주의 상대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도덕성의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Moon, 2013). 자연을 바라보는 철학적인 관점은 계속해서 다변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는 1964년 Rush Harrison의 Animal Machines에 의해 처음 대두되었으며 1965년 Brambell의 동물 행동의 자유에 대한 보고서를 토대로 영국 정부는 동물 사육에 있어서 복지의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Harrison, 1964; Rushen, 2008). 영국은 1979년 농장동물복지위원회(FAWA)를 자문기구로 설립하여 1)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Hunger and Thirst), 2)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Discomfort), 3) 통증과 질병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Pain, Injury of Disease), 4) 정상적인 행동표현의 자유(Freedom from Express Normal Behavior) 5)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Fear and Distress) 등 동물의 5대 자유 원칙(The five freedoms)을 제시하였다(FAWC, 2009). 현재 이 동물의 5대 자유원칙은 영국을 넘어 전 세계 국가들의 동물 복지의 표준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동물권 주장에도 바탕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1년 처음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었으나, 축산 산업은 전체적으로 축산물의 경제적, 효율성을 위하여 폐쇄형 케이지를 이용한 산란계 사육, 양돈의 스톨사육 등 밀집 사육 형태가 일반화되어 왔다. 그러나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가축전염병의 대규모 국내 유행과 축산에서의 항생제, 농약 사용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축산농장의 동물 복지 개념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아울러, 지속적인 동물보호법의 개정을 통하여 반려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의 보호, 복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2012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도입하여 농장 동물의 복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개입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사회적인 분위기나 동물보호법 체계의 진전에 비해 축산현장에서의 수용과 적용은 소극적인 형국이다. 경영적 논리를 무조건 비판하거나, 비현실적인 윤리적 담론에 기초한 논의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축산업계의 손실을 인지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Dawkins는 양돈 현장에서의 동물복지 축산 방식이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다(Dawkins, 2016). 농장 돼지의 복지를 위하여 사육공간을 늘릴 경우 어미돼지는 쾌적한 공간에서 분만할 수 있지만, 어미돼지의 움직임이 증가하기 때문에 갓 태어난 새끼돼지가 압사당할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동물복지 논의에서도 이러한 위험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multi-goal research), 동물복지의 추진 과정에서도 윤리성과 경제성이 동등한 수준의 고려요소임을 강조하였다.
가축의 사육, 도살, 운송방법의 개정 등 동물복지를 위한 다수의 법령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현장에서는 농가의 거부반응으로 불법적인 행동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행정 당국도 단속을 유예하는 경우가 많다. 축산업계는 축산신문, 협회소식지 등을 통하여 동물복지 관련 규정들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정부와 업계의 갈등을 보여주는 일례로, 정부는 산란계의 학대 방지를 위하여 양계농가의 ‘강제환우’(닭에게 인위적으로 일정한 스트레스를 가하여 닭이 산란을 중지하고 일정기간 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털갈이를 한 후 다시 산란을 시작하도록 하는 것-(RDA, 2023))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축산업계의 조직적인 반발로 인하여 현장에서는 여전히 생산성을 위하여 닭을 굶기고 있으며 환우금지에 대한 실효적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2025년부터는 개정된 축산법 적용을 통하여 마리당 가축사육 면적기준이 의무화되는 등, 향후에도 정부 규제와 농민의 갈등요인이 남아있다. 농장 운영에 있어서 윤리적 고민과 그에 따른 충분한 합의가 선행되지 못한다면, 동물복지를 강제하는 정책을 놓고 정부와 생산농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된다. 현장에 적용 가능하며, 결과적으로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적실성 있는 공존의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축산 복지 농장의 개념의 국내 도입이 늦은 만큼, 축산 현장에서의 갈등이 예견된다. 본 연구자는 설문조사에 앞서 국내 동물복지 관련 갈등파악과 갈등의 유형화를 고려하기 위하여 선행 연구들에 대한 문헌조사를 실시하였다. 앞서 언급되었듯이, 대부분의 동물복지 축산 농장에 대한 국내 원저 논문들은 농장 운영의 경제성 및 생산된 축산물의 상품성에 초점을 둔 연구들이 많았다. 물론 해외의 동물복지 제도와 운영 사례를 바탕으로 이를 소개하고 법률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연구들이 진행된 바 있다.
채경복은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중 농장동물의 보호에 관한 법적 쟁점 연구에서 EU의 동물복지 관련 규정들을 소개하고 국내법과 비교하였는데, 우리나라는 동물보호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방면 EU법은 동물보호와 복지를 아울러 고려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EU국가들의 동물권(animal rights) 주장을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입법의 재정비를 통하여 생명을 가진 존엄한 존재로서 인식해야 함을 주장하였다(Chae et al., 2014).
박종원은 현행 동물복지 관련법제에 대한 검토 연구를 진행하며「동물보호법」,「축산법」,「가축전염병 예방법」등 동물복지축산과 관련된 항목들을 점검하였다(Park, 2017). 축산업에서의 동물복지의 추구가 축산물 공급이라는 비용-경제적 이익에 압도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가축을 비좁고 열약한 환경에서 저비용으로 키워내는 것은 ‘축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공중위생의 향상’이라는 정책들의 입법 취지에 맞추어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진석은 사회과 수업에서 동물복지 학습을 통한 민주시민성 함양에 관한 연구 에서 국내 발생하는 동물학대 사례들을 유형화하면서 동물복지론, 동물권 및 신복지주의(new welfarism)의 세 가지 측면에서 동물복지의 개념을 해석하였다(Lee, 2016). 또한 동물복지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학습자의 동물복지 이해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축산 현장에서의 갈등양상의 이해 과정에서도 유의미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물복지 축산물의 소비자 반응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국내에서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이들 연구는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인식을 잘 나타내어 준다. 국내 축산물 소비자들은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Hong et al., 2018; Yoon et al., 2018). 그렇지만 가격이 고려될 경우 구입 의사가 30% 감소하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동물복지 축산 구매를 원하지 않는 이유로 ‘가격이 비쌀 것 같다’는 응답이 높게 확인되었다(Hong et al., 2018). 또한 동물복지 축산물 구입을 희망했던 이유도 동물복지에 대한 윤리적 고려보다는, 식품위생이 주된 결정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축산 농장 운영자의 입장에서의 윤리적 고려와 의식수준을 보여주는 국내 연구는 제한적인 실정이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정부는 강제 규정을 통하여 동물복지의 도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학문적인 측면에서는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와 합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에 동물복지 개념이 도입된 역사가 짧은 만큼, 관련 연구가 중요하다. 국내에서 발표된 동물복지의 선행 연구로는 제도 도입의 당위성과 경제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동물복지농장의 도입의 당위성(Yoo, 2007), 복지 농장에서 생산된 축산물의 품질(Kim et al., 2018), 복지 농장 생산물의 소비자의 의식 및 만족도(Kang, 2017; Hong et al., 2018) 등의 고려는 이루어졌으나, 윤리적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동물권 이슈는 근본적으로 생태계를 조망하는 세계관으로 접근해야 하며, 따라서 윤리의 문제가 강하게 고려되어야 한다(Lee, 2014).
동물복지의 개념이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만큼, 서구권 학계에서는 동물복지에 대한 다양한 정의와 윤리적인 고민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동물복지를 보는 시선도 경제적인 판단을 넘어서 윤리적인 기준 합의를 위한 노력들이 지속되고 있다. 나아가 동물복지의 황금률처럼 여겨지는 5대 자유(The five freedoms)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동물복지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들이 부족한 상황이다(McCulloch, 2013).
따라서 본 연구는 그동안 동물복지농장의 접근방향 중 학술적으로 고려된 바가 적은 축산농장 운영자 입장에서의 윤리적 딜레마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물복지농장의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명윤리적 갈등을 유형화한 뒤 각 유형에 따른 갈등을 극복하는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앞서 언급되었듯이, 대부분의 동물복지 축산 농장에 대한 국내 원저 논문들은 농장 운영의 경제성 및 생산된 축산물의 상품성에 초점을 둔 연구들이 대부분이다. 연구자는 문헌 조사를 통하여 국내 및 국내외 동물복지 제도를 다루는 연구들을 국내의 동물복지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자 목표한다. 나아가 동물복지 분야에서의 선행 논의를 기초로 철학적, 윤리적, 종교적 논의에서도 필요한 착안점들을 종합하여 이해충돌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국내 동물복지 축산 농장의 운영에서 발생되는 윤리적 갈등을 종합, 분석하고 윤리적 고려 정도에 따라 유형화하고, 갈등 극복을 위한 정책적, 사회적 합의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재료 및 방법
동물복지 축산 현장의 윤리수준 유형화 및 갈등 양상 파악을 위하여 축산 농장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축산 농장 운영자의 윤리수준 파악을 위한 문항과 현장에서 동물복지 관련 현행 법규에 대한 준수 여부를 설문응답을 통해 확인하였다. 설문조사는 산란양계농장 운영자 (소유자 혹은 관리 책임자)를 대상으로 2020년 12월 1일부터 2021년 6월까지 이루어졌다. 조사원의 농가 직접 방문을 통해 농가 현장 시설 확인 후 개인 면접에 의하여 실시되었으며, 전국을 대상으로 총 53가구의 산란양계 농가에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다. 예정되었던 설문 조사 기간 중 전국적인 고병원성조류독감(HPAI)의 유행으로 인하여 현장 방문 및 관계기관 방문이 제한되었으나 표본 수집 기간을 확대하여 조사를 진행하였다. 수집된 표본의 크기는 전체 산란양계농가 수 797가구 수 기준 90% 신뢰수준(Z-score: 1.65) 10.18% 허용오차를 나타내었다(KOSIS, 2021). 성실한 응답을 유도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완료한 응답자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였다.
설문조사의 조사문항은 총 10개 문항으로, 전체 10개 문항 중 산란양계농장 운영자의 의식수준을 조사하기 위한 4개 문항(3점 척도 문항)과 동물복지 정책의 현장 적용 수준 파악과 갈등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6개 문항(양자택일 문항) 으로 구성하였다(Fig. 1: 동물복지와 축산경영 설문조사). 문항 1-4는 윤리 고려 수준을 유형화하기 위해 응답자 스스로 본인의 윤리 수준을 평가하는 문항(문항1)과 동물윤리 실현을 위한 경제적 손실감수 의사를 확인하였다(문항 2-4). 문항 5-10은 현장의 갈등유무 확인을 위하여 동물복지 관련 법규 준수 여부를 확인하였다. 관련된 법규는 다음과 같다: 마리당 사육면적 – 「축산법」 시행령 2018.7.10(문항5), 강제환우 금지 – 농림축산식품부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 2010.1, 「동물호보법」 제5조 동물복지위원회 2013. 3.23(문항6), 항생제 사용 금지 –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표6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기준 2018.9.1(문항7), 건강상태 매일 점검 유무 - 농림축산식품부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 2010.1,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 2018.5.1 (문항 8-9), 동물 운송 시 급여 – 「동물보호법」 제9조 2021.2.12(문항10).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항에 대한 각 문항 간 상관관계 정도를 분석하였다. 각 응답은 최소치는 1이고, 최고치는 3으로 수치화하여 응답 반응의 평균 점수를 분석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SPSS 28.0.1을 이용하여 피어슨 상관분석 및 독립표본 t-검정을 수행하였다. 문항간의 피어슨 상관계수 분석을 통하여 변수 간의 선형적 상관관계를 확인하였다. 운영자의 의식수준과 축산 현장에서의 갈등 여부의 상관정도를 확인하였으며 유의수준은 P<0.05로 분석하였다.
축산 현장에서 동물복지의 도입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갈등의 유형화를 위하여, 정책이나 제도의 변화에 대하여는 역사 사회적으로 다양한 입장이 존재해 왔다. 즉 기존 입장에 견지하여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소극적인 태도, 절충 및 중도적인 태도, 그리고 변화에 대해 적극적인 수용을 하는 적극적 태도 등이다. 본 연구에서는 세가지 입장으로 구분하여 접근하였다. a. 동물복지 및 윤리 고려 유형(소극적 수용), b. 동물복지 및 윤리 반영 유형(중도적 수용), c. 동물복지 및 윤리의 권리론적 유형(적극적 수용). 이를 바탕으로 리커트 3점 척도 설문지를 작성하였으며 각 윤리 고려 수준에 따라 최소치는 1이고, 최고치는 3으로 수치화하여 응답 반응의 평균 점수를 분석하였다. 확인된 윤리적 고려 수준의 평균 점수를 문항 5-10의 각 문항(관련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하여 독립 표본-t검정을 수행하였다.
결 과
축산농장 운영자를 대상으로 한 동물복지 관련 의견 수렴 결과에서 다수(49.05%)의 축산 농장 운영자들은 축산 현장에서 동물복지 필요성에 대하여 소극적인 수용의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Fig. 2A). 중도적 수용의사를 나타낸 응답은 38.84%였으며,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인정한 응답자는 15.09%로 조사되었다. 2021년 8월 발표된 동물보호법 및 전시 야생동물 관리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서 동물복지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94.5%로 나타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를 나타내었다(AWARE, 2021). 이는 동물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보편적 국민의식 및 정부의 정책방향과는 달리 축산농장 이해 관계자들은 동물복지 적용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가 다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 문항 2번을 통하여 동물복지와 관련하여 강제되는 대표정책인 사육면적 확보 의무화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2025년부터 산란 양계 농장을 대상으로 확대 적용되는 법적 의무 규정(0.075 m2/마리)의 타당성에 대하여 의견을 수렴한 결과, 축산농장 운영자들은 동물복지를 위해 사육면적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은 47.28%였으며, 중도적 수용 의사를 나타낸 응답자는 45.28%로 오차범위 이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 각 문항에 대하여 피어슨 상관계수 분석을 진행한 결과, 문항 1번 동물복지 필요성 문항과 문항 2번 동물복지 사육면적 의무화에 대한 타당성 의견에서 각 윤리 유형별 응답 수준 간의 양의 상관관계를 확인 할 수 있었다(Table 1).
향후 갈등양상의 확대 및 축산 농장 경영자의 입장에서 향후 동물복지 구현을 위해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할 의향에 대한 의지를 조사한 결과, 소극적 수용 의사를 밝힌 응답이 69.81%로 다수였으며(문항: “동물복지를 위해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할 의향이 있습니까?”), 중도적 수용 의견 22.64%, 적극적 수용 의견은 7.5%으로 각각 오차범위 밖의 유의적인 응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3A). 축산농장에서 동물복지 확대를 위한 기대 및 당면 과제도 소극적 유형의 답변이 다수로 확인되었으며, 중도적 유형 답변은 37.73%로 오차범위 밖의 순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영자의 의식 개선을 당면과제로 응답한 적극적 수용 유형의 응답자는 7.5%로 확인되었다.
동물복지 정책과 관련하여 동물복지 종합계획, 동물보호법 및 축산법에서 규정한 법적 의무사항들에 근거하여 축산농장의 동물복지 규정 준수 실태를 파악하였다(Fig. 4). 해당 문항은 1) 동물 마리수당 의무 사육면적 준수여부1)2) 2) 산란계 강제환우(털갈이) 금지규정 준수여부3), 3) 항생제 사료 첨가 여부4), 4) CCTV영상기록을 통한 동물상태 관찰여부5), 5) 매일 1회 점검 및 폐사, 투약 기록 유지 유무6), 6) 도축 전 사료 및 식수 급이 규정 준규여부7) 총 6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동물복지 관련 규정의 준수 여부는, 앞서 문항 1-4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동물복지에 대한 윤리적 고려수준과 상관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Table 1). 특히 문항 5 사육면적 확대에 대한 문항은, 동물복지를 위해 확대되는 사육 면적 0.075 m2/마리 규정을 준수한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윤리 의식 수준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응답자들보다 유의적으로(P=0.004, 독립표본 t검정)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이 확인되었다. 결과적으로, 본 설문조사 분석을 통하여 축산 현장에서의 동물복지 관련 규정 준수 여부는 축산 농장 운영자의 윤리적 고려수준의 영향을 받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문항 10번의 경우 흥미롭게도 동물의 도축 직전 사료급여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응답자들이 다수로 확인되었는데,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응답자들이 규정을 준수하는 사업자들보다 동물복지에 대한 고려수준이 더 높은 것을(P=0.029, 독립표본 t검정)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축산업 운영자의 동물복지 의식수준이 높음에도 동물복지 관련 규정은 준수하지 못하는 갈등상황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응답자들과 후속 인터뷰를 통하여 세부적인 이유를 확인한 결과, 농가 현장에서는 차량 이동시의 구토 우려와 식품위생상 도축 과정에서 소화기내 음식물 축산물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출하 전 금식 시간을 2시간 이상 충분히 가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현행 축산물위생법에서 정하는 가축의 출하 전 준비사항으로 가금류의 경우 3시간 이상 금식을 의무화하고 있어 「동물보호법」과는 모순점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정책 수단에 의해 추진되는 동물복지가 바람직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현장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 찰
정부 정책 수단에 의하여 추진되는 동물복지는 현장에서 부분적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본 연구에서 제시한 갈등 유형이 현장의 동물복지 준수여부와 유의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윤리수준 고려 모델은 잠정적이며 이론적, 실제적 연구진행에 따라 모델 유형 및 특성화가 변경될 수도 있다. 유형 분류는 단순화의 오류 가능성이 있지만, 특정 사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에 있어서는 효과적인 방법론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복지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이제는 확인된 윤리적 갈등에 대하여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는 것만큼 중요할 것이다.
축산 농장에서의 동물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경제적인 희생이 불가피하다. 산란계의 경우 사육면적의 밀집도를 높일수록 농장의 이익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며, 동물복지를 추구하기 위해 마리당 사육면적을 늘리는 것이 가시적으로는 농장의 이익추구와 대립되는 상황으로 이해되어 왔다(Lusk and Norwood, 2011). 아울러 축산 현장에서의 동물윤리 정착에 있어서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심리적인 거부감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재산 또는 자원으로 인식되던 동물에게 이전과 다른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농장 운영자가 조사 과정에서 다수 있었으며, 이는 관련된 설문조사 항목에서도 가장 낮은 준수율을 나타내고 있다. 내쉬는 생물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은 한계치에 가까운 높은 수준의 도덕감을 필요로 하는 행위이므로, 생물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불합리하다고 생각될 수 있고 이는 심리적인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Nash, 1991). 동물 농장 운영에 적용하여 해석하자면, 나의 재산으로서 인식되던 동물의 생물권을 인정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인권의 중요성을 약화시키고, 인권의 개념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쉬는 이런 위험이 수반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걱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이며,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인간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Nash, 1991). 비용적인 문제 이외에 농장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거부감은, 내쉬의 시각에서 볼 때 이성적인 설득을 통하여 인간의 권리와 공존할 수 있는 사항이다.
환경윤리학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물복지와 농장의 공존을 이해하고자 한다. 환경윤리학은 한 사회를 넘어 인류 전체의 시선으로 동물들을 바라본다. 미래인류의 생명이 가치있는 것이고, 우리에게 그들의 이익관심을 배려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한다면, 거기에 부수되는 다른 종과 무생물에 대해서도 배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Gu, 1997). 이러한 장기적인 시선에서의 동물과 인간의 공존은 인간의 직접적인 이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최근 친환경, 사회참여와 같은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중요시하는 ESG (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경영 문화가 국내 기업들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기업경영에서의 사회적 책임 강조는 농장에서의 동물복지 도입처럼 경제적인 단기적인 손실 감수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이 재무적인 성과에만 몰두하여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행위를 통하여 단기적 성과를 쟁취하게 되면 복지, 환경 개선 등을 위하여 사회가 부담해야 할 전체적인 비용은 증가시키게 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Cho, 2021). Lusk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동물복지 축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기존의 재래식 축산물을 소비하는 행위보다 더 인간적인 행위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Lusk and Norwood, 2011). 동물복지가 확립되고 이행되는 농장 경영은 단기적으로는 손해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사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켜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이익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시각에서 볼 때 동물복지 축산은 결국 인간을 위하는 일임을 설득하는 일이 필요하다.